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구광모의 경영 철학: 고객가치와 미래 준비로 설계하는 LG의 다음 10년

by fori.kr 2026. 2. 28.

구광모의 경영 철학, 출발점은 ‘고객가치’라는 단어였다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고객가치에 집중해 선택과 집중을 실행하는 실용주의’로 정리할 수 있다.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선 시점은 2018년 6월 29일로,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그룹의 방향을 빠르게 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LG가 반복적으로 강조해온 메시지는 단순한 매출 확대가 아니라,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의 재정의다. 고객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그리고 그 기대의 기준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먼저 읽고 움직이려는 태도가 경영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고객가치’는 마케팅 슬로건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기준이다. 같은 투자라면 더 빠르게 고객 경험을 바꾸는 곳에 자원을 몰아주고, 같은 제품이라면 고객이 실제로 사용하는 순간의 감정과 효용을 더 세밀하게 측정한다. 조직 내부에서도 직원과 임직원을 단순히 수행자가 아니라 ‘가치를 만드는 주체’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점을 찾아내는 사람이 존중받는 문화는 고객가치를 더 빨리 현실로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큰 말’보다 ‘작은 실행’이다. 구광모 체제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리더십의 특징은, 장기적인 방향을 분명히 하되 일의 방식은 구체적이고 점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회의에서 추상적인 수식어를 줄이고, 숫자와 데이터로 판단 근거를 남기며, 실행 이후에는 다시 검증하는 흐름이 강화될수록 ‘고객가치’라는 목표가 조직 전체의 공통 언어로 번역된다. 철학은 결국 실행으로 증명될 때 신뢰를 얻는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속도와 균형이다. 고객가치는 즉각적인 만족만을 뜻하지 않는다. 불편을 줄이는 속도와 동시에, 제품과 서비스가 오래 쓰일 수 있게 만드는 신뢰, 그리고 사후 경험까지 포함한 총체적 만족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단기 반응을 따라가느라 본질을 잃지 않도록, 고객의 문제를 ‘한 번의 캠페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중요해진다.

실용주의와 포트폴리오 고도화: 잘하는 것에 더 깊게, 미래에는 더 넓게

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무엇을 할 것인가’만큼이나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구광모 회장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가 ‘선택과 집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 환경이 급변할수록 모든 분야에서 1등을 노리는 전략은 위험해진다. 오히려 핵심 역량이 뚜렷한 영역에서는 더 깊게 파고들고, 경쟁우위가 약한 영역은 과감히 구조를 손보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자원과 시간을 미래 성장 분야로 옮기는 것이 실용적이다.

포트폴리오 고도화는 단순한 사업 정리가 아니다. 사업의 본질적 수익성, 기술적 확장성, 고객 접점의 강도, 그리고 글로벌 경쟁의 판도를 종합적으로 보고 ‘지금 이 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배치하는 설계에 가깝다. LG처럼 계열과 사업이 다양한 그룹에서는 특히 이 작업이 중요하다. 한쪽의 성과가 다른 쪽의 발목을 잡지 않게 하고, 각 사업이 서로의 기술과 고객 경험을 연결할 수 있도록 ‘시너지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이때 실용주의는 냉정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장의 목소리와 데이터 기반 판단이 함께 가야 한다. 수치가 좋아 보이는 사업이라도 고객의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손해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당장의 숫자가 부족해 보이더라도 기술 축적과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면 전략적 투자가 될 수 있다. 결국 실용주의는 ‘오늘의 성과’와 ‘내일의 경쟁력’을 동시에 계산하는 능력에 가깝다.

조직 운영 관점에서도 포트폴리오 고도화는 ‘평가 기준의 정렬’을 요구한다. 각 계열사가 서로 다른 KPI를 들고 경쟁하면 내부 효율은 떨어진다. 고객가치라는 공통 기준 아래에서, 수익성, 품질, 안전, 브랜드 신뢰, 그리고 기술 축적의 지표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설계할수록 의사결정은 빨라지고, 실행은 단단해진다. 리더가 할 일은 단순히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판단이 반복되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래 준비의 핵심은 ABC와 사람: 기술보다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한 실행력

미래 산업을 이야기할 때 유행어는 넘쳐나지만, 기업이 실제로 성과를 만드는 방식은 훨씬 현실적이다.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자주 거론되는 성장 축은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로 요약되는 ABC와 같은 영역이다. 이 분야의 공통점은 한두 번의 히트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긴 호흡의 연구개발, 신뢰 가능한 데이터, 규제와 윤리의 기준, 글로벌 파트너십, 그리고 실패를 감당할 조직문화가 동시에 필요하다.

AI는 단순히 모델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고객 경험의 전 과정을 다시 설계하는 도구가 된다. 예를 들어 제조와 품질, 공급망, 고객 대응, 제품 추천, 안전 관리까지 모든 과정이 데이터로 연결될 때 AI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차원이 다른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현장 적용력’이다. 현장의 문제 정의가 정확해야 하고, 현장의 언어로 설명 가능한 지표가 있어야 하며, 작게 실험해 빠르게 개선하는 루프가 만들어져야 한다.

바이오는 특히 신뢰의 산업이다.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규제와 검증이 엄격하며, 무엇보다 안전과 윤리가 핵심이 된다. 따라서 바이오 전략은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는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술과 인력을 축적하고 검증 시스템을 갖추는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클린테크 또한 마찬가지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 감축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각 국가의 정책, 공급망, 원가 구조, 기술 표준이 얽혀 있어 한 번의 선택이 오랜 기간 기업의 비용과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래서 미래 준비의 최종 해답은 ‘사람’에 있다. 기술을 가져와도 실행하는 조직이 흔들리면 성과는 나지 않는다. 구광모 회장의 경영 철학을 현실로 만드는 힘은, 고객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고, 실패에서 배우되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학습 시스템을 만들고, 계열 간 협업이 이익 충돌이 아니라 가치 확대로 이어지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서 나온다.

기업가 정신은 위험을 즐기는 태도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능력이다. 구광모의 리더십은 거창한 수사보다 기준과 실행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읽힌다. 고객가치라는 북극성을 세우고, 포트폴리오를 현실적으로 고도화하며, ABC 같은 미래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실행력을 쌓아가는 과정이 결국 ‘뉴 LG’의 다음 장을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늘 같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로 남는가, 그리고 그 가치를 내일도 계속 만들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