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가 지난 수년간 국제 대회에서 강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안정된 중원 조합 덕분입니다. 루카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와 마테오 코바치치가 이루는 삼각형은 유럽 어떤 대표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며, 기술력, 전술 이해도, 경험이 고루 갖춰진 중원 라인입니다. 이 글에서는 세 선수의 역할 분담, 전술적 움직임, 그리고 서로의 호흡이 어떻게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해봅니다.
루카 모드리치 – 전술의 설계자이자 리듬의 조율자
루카 모드리치는 오랜 세월 동안 크로아티아의 심장으로 군림해온 선수입니다. 단순히 팀의 최고참이라는 이유만이 아니라, 전술적 이해와 경기 조율 능력, 그리고 기술적 완성도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중원 깊숙한 곳에서부터 상대 박스 근처까지 넓은 활동 반경을 자랑하며, 경기 내내 흐름을 통제하는 플레이를 펼칩니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압박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볼을 침착하게 소유하며 패스를 전개하는 능력입니다. 모드리치는 항상 공간을 인식하고, 상대를 앞에 두고도 패스를 뿌릴 수 있는 방향으로 체형을 조정한 뒤, 적절한 타이밍에 전환 패스를 시도합니다. 이러한 플레이는 단순히 개인기로 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의 경험과 지능적인 경기 해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또한, 모드리치는 브로조비치, 코바치치와의 상호 호흡 속에서 위치를 유동적으로 변경하며 전술적 유연성을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브로조비치가 아래로 내려오면, 모드리치는 10번에 가까운 위치까지 전진하며 공격에 가담합니다. 반대로 수비 상황에서는 깊이 내려와 두 번째 수비라인을 형성하고, 전환 시에는 빌드업의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렇듯 모드리치는 전술 내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크로아티아가 다양한 경기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경기 운영 리더십입니다. 모드리치는 전술의 실행자이자 경기 흐름의 조율자입니다. 동료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지시를 하거나, 템포를 늦추고 높이는 판단을 직접 수행하며, 필요할 때는 팀 전체의 움직임을 조율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자에 머물지 않고, 현장의 전술가로서 기능하는 이유입니다.
마르첼로 브로조비치 – 안정감과 균형을 책임지는 수비 중심
모드리치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배경에는 브로조비치의 수비적 헌신과 전술적 희생이 존재합니다. 브로조비치는 기본적으로 크로아티아의 홀딩 미드필더로서 활동하지만, 단순한 수비형 미드필더 이상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는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을 연결하면서, 상대 전환 공격을 끊고, 공격 전환 시에도 빌드업에 적극 참여합니다. 브로조비치의 가장 큰 장점은 위치 선정입니다. 상대가 크로아티아 진영으로 들어오기 전에 패스 루트를 차단하거나, 2차 볼을 회수하는 능력은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또한 그는 커버 범위가 넓고, 체력이 풍부하여 9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중원 깊은 곳을 견고하게 지킵니다. 공격 전개 시에는 단순한 연결고리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브로조비치는 짧은 연결 패스 외에도, 정확한 롱패스를 통해 양 측면을 활용하고, 상대 수비 라인을 빠르게 넘기는 패스를 시도함으로써 팀의 공격 템포를 조절합니다. 그는 압박을 버티면서도 공을 잃지 않는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볼이 없는 상황에서는 빈 공간을 메우는 능력도 뛰어나 전술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브로조비치가 없으면 모드리치와 코바치치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이 중원 삼각형의 기반이자 지지대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큰 경기일수록 그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되며, 유로 2024와 같은 대회에서도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팀의 안정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테오 코바치치 – 연결과 돌파, 그리고 탈압박의 키 플레이어
코바치치는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난 볼 캐리어형 미드필더로, 크로아티아 중원의 흐름을 빠르게 바꾸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의 최대 장점은 좁은 공간에서도 탈압박이 가능하고, 빠른 드리블로 상대 중원을 뚫고 나가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상대가 압박을 강화할수록 더욱 효과를 발휘합니다. 모드리치와 브로조비치가 안정적인 포지션을 유지할 때, 코바치치는 공간을 돌파하거나 전진 패스를 통해 상대 진영을 흔드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상대 미드필더 간 거리가 벌어졌을 때 그 틈을 빠르게 파고드는 코바치치의 움직임은 크로아티아의 공격 전환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는 중앙에서의 볼 운반뿐 아니라, 측면까지 넓게 움직이며 모드리치와 포지션을 유동적으로 교환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자동으로 공간을 채워주는 상호 이해도를 바탕으로, 압박을 회피하거나 넓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이는 오랜 시간 함께 대표팀에서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호흡입니다. 또한 코바치치는 공격에서의 창의적인 선택도 가능합니다. 전진 드리블 후에는 중거리 슛 또는 침투 패스를 선택하며, 단순한 드리블러에 그치지 않고 경기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능적인 플레이어입니다. 최근 몇 년간은 수비적인 기여도도 향상되어, 상대 역습 상황에서도 빠르게 복귀하며 세컨드 볼 싸움에도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바치치의 존재는 크로아티아 중원에 역동성과 유연성을 더하며, 수비적인 브로조비치, 전술적인 모드리치와 함께 삼각형의 균형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