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제주스는 전통적인 스트라이커와는 다른 성격의 공격수다. 그는 득점 외에도 수비 가담, 전방 압박, 연계 플레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팀 전술에 깊게 녹아든 멀티형 포워드다. 특히 아르테타 감독의 아스날 체제 아래에서 제주스는 단순한 피니셔가 아닌, 전술적 유연성과 활동량을 겸비한 전방의 첫 수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수비적 기여도를 중심으로, 가브리엘 제주스의 경기 스타일과 전술적 가치를 분석한다.
전방 압박에서 드러나는 수비적 본능
제주스는 공격수임에도 전방 압박에서 매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선수다. 그는 상대 수비수가 빌드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높은 위치에서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며, 수비수와 골키퍼의 연결을 차단하는 전술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패턴과 전개 방향을 예측하고, 패스 경로를 봉쇄하는 계산된 압박이다. 아르테타 체제의 아스날은 수비를 앞선 공격수들로부터 시작하는 구조를 자주 사용한다. 이때 제주스는 ‘트리거’ 역할을 수행하며, 압박을 시작하는 신호와 방향을 팀에 전달하는 핵심 자원으로 기능한다. 그가 방향을 정하고, 옆에 있는 윙어들이 압박 라인을 이어가는 구조는 아스날 전방 압박 시스템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또한 제주스는 상대 수비수와의 거리 유지가 탁월하며, 무작정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공과 몸의 위치, 패스 예상 지점을 모두 계산하면서 수비수의 실수를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경기 내내 높은 활동량을 소화하며, 상대 빌드업을 반복적으로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전방 압박은 경기 전체의 리듬을 결정짓는다. 제주스가 앞에서 압박을 성공시키면, 곧바로 역습으로 전환되며 찬스가 만들어지고, 실패하더라도 상대의 전개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얻는다. 즉, 제주스의 수비 가담은 단지 ‘도움’이 아닌, 전술의 시작점이자 흐름을 컨트롤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중원과의 협업을 통한 수비 블록 형성
제주스는 단순히 1차 압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필요할 경우 중원까지 내려와 수비 블록을 형성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는 스트라이커로서 이례적인 활동이며, 아스날이 공격 상황에서도 수비 전환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공격이 막혔을 때, 제주스는 빠르게 후방으로 복귀하며 중앙 미드필더들과 함께 2선 블록을 만든다. 이때 그는 중간 지점에서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의 움직임을 견제하거나, 패스 차단 루트를 선점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는 상대의 공격 전개 속도를 지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며, 아스날이 수비 조직을 정비할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제주스는 윙어들과의 수비 전환 속도도 매우 빠르다. 왼쪽에 마르티넬리, 오른쪽에 사카가 있는 상황에서 제주스는 그들과 3인 블록을 형성하며 상대 풀백의 오버래핑을 방어하거나, 측면에서의 수적 열세를 극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아르테타 감독이 바라는 ‘전방의 압박과 후방의 조직이 끊기지 않는 팀 구조’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기여다. 제주스는 수비 상황에서 공간을 메우는 센스도 탁월하다. 포지션상 공격수임에도 불구하고, 수비수의 시야와 라인 간격을 고려한 위치 선정을 보여주며, 상대의 전개 흐름을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스날의 수비 안정성과 압박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방에서의 공 탈취와 공격 전환 연결
가브리엘 제주스는 전방 압박을 통해 공을 탈취한 뒤, 직접 공격 전환의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다. 이는 단순히 볼을 가로채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탈취 직후 빠른 판단을 통해 동료와의 연계 혹은 직접 돌파로 이어지는 패턴을 자주 만들어낸다. 상대 진영에서 공을 뺏은 후 제주스는 공을 간수하며 수비가 정비되기 전 빠르게 공격을 전개한다. 짧은 패스를 통해 측면으로 벌리거나, 자신이 직접 드리블로 박스 근처까지 전진하며 슈팅 기회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그는 상대 수비의 혼란을 이용해 1.5선 자원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유인형 움직임도 자주 사용한다. 또한 제주스는 세컨드 볼 경합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전방에서 상대가 헤딩으로 걷어낸 공이나 패스 미스를 빠르게 캐치해 공격 흐름을 재차 살리는 능력은, 아스날의 지속적인 공격 유지력에 큰 기여를 한다. 공격의 2차, 3차 시도까지 끊기지 않게 만드는 전방 플레이의 ‘고리’로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제주스가 단순한 ‘득점원’이 아닌, 공격 전개의 시작과 수비 전환의 교차점에서 활약하는 전술적 자산임을 보여준다. 전방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하고, 탈취 후 즉각적인 공격 연결까지 도맡는 그의 플레이는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멀티 플레이어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