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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커 그 이상, 벤제마의 전술 가치

by 포리닷케이알 2025.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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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제마

카림 벤제마는 단순히 득점만 하는 스트라이커가 아니다. 그는 공격 전개의 연결고리이자, 팀 전술의 균형을 맞추는 중심 자원으로 기능해왔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 시절 보여준 ‘스트라이커 그 이상’의 경기 운영 능력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이 글에서는 벤제마가 단순한 골잡이를 넘어, 어떤 전술적 가치를 지닌 선수였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연계 플레이로 창조한 공간과 기회

벤제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연계 플레이 능력이다. 그는 스트라이커임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을 위한 패스와 움직임에 능하며, 스스로 볼을 끌고 들어가는 타입보다는 공간을 창조하고 활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이와 같은 성향은 그를 단순한 피니셔가 아닌 플레이메이커형 스트라이커로 만들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호날두와 함께 뛸 때 벤제마는 종종 공격 2선처럼 움직였다. 중앙에서 수비수를 끌어내고, 측면으로 빠지며 공간을 열어주고, 타이밍 좋게 침투하는 동료에게 패스를 내주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이는 그가 골을 넣는 것뿐 아니라, 골이 만들어지는 환경 자체를 구성하는 데 기여해온 것을 의미한다. 그는 트래핑과 패스 정확도가 뛰어나며, 원터치 패스나 짧은 벽 패스를 통해 빠르게 템포를 바꾸는 플레이에 능하다. 특히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중원까지 내려와 볼을 받아주는 움직임은 팀의 전개 리듬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스타일은 현대 축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짜 9번’ 혹은 ‘하이브리드 스트라이커’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벤제마는 단지 공격의 종착점이 아닌, 공격의 설계자이자 전개자로 기능해왔다. 연계 능력이 뛰어난 스트라이커는 많지 않으며, 벤제마는 그 중에서도 경기 운영의 중심에 서 있었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전술 구조 속 유기적인 포지셔닝

벤제마의 전술적 가치는 그의 위치 선정과 포지셔닝의 유연함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단순히 박스 안에 머무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측면, 하프스페이스, 중앙 미드필더 지역까지 넓게 움직이며 팀의 구조 속에서 유기적으로 흘러다닌다. 이런 움직임은 상대 수비의 구조를 무너뜨리고,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효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예는 2018~2022년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움직임이다. 당시 벤제마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의 호흡 속에서 좌측 하프스페이스로 자주 내려가 연계에 관여했고, 그 결과 비니시우스는 더 많은 1대1 기회를 얻으며 공격력이 폭발했다. 이는 단순한 전술 지시가 아닌, 벤제마 스스로의 판단과 위치 조정에 기반한 플레이였다. 또한 그는 공을 받는 포지셔닝뿐 아니라, 상대 수비를 흔드는 비볼 무브먼트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공을 받지 않더라도 수비 라인을 끌어당기고, 빈 공간을 만들며, 미드필더나 윙어가 침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기록에는 남지 않지만, 실제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벤제마는 항상 공간을 만들고, 비우고,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전술적으로 이런 역할은 오직 전술 이해도가 높은 선수만이 해낼 수 있는 고난이도 움직임이며, 이는 그가 단순히 기술이 좋은 선수를 넘어 지능적인 전술 자원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리더십과 중심으로서의 경기 운영 능력

벤제마는 전성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단순한 전술 실행자에서 팀의 중심이자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호날두 이적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명백한 공격 리더가 필요했고, 벤제마는 그 공백을 메우며 개인 득점은 물론 팀 전체의 공격 리듬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었다. 그는 득점 상황에서 냉정하고 효율적이며, 어려운 순간일수록 오히려 더 침착하게 결정한다. 이는 단순한 경기 감각을 넘어서, 경기 전체 흐름을 읽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경기마다 공격의 템포와 방향, 상대 수비의 약점을 파악해 자신의 위치와 플레이를 조절하는 능력은 경험에서 비롯된 고차원적 자질이다. 벤제마는 이 과정을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플레이로 설득하는 리더였다. 후배 선수들에게 전술적 본보기가 되었으며, 위기 상황에서는 직접 공을 받거나 경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자처했다. 이런 점은 프랑스 대표팀에서도 이어졌으며, 전방에서 볼 간수와 연계, 마무리를 모두 해낼 수 있는 그의 존재는 감독에게 전술적 옵션을 크게 넓혀주는 자산이 되었다. 결국 그는 단순한 골잡이를 넘어 팀의 구조를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경기 운영형 스트라이커’로 진화했다. 이는 수많은 스트라이커가 가지지 못한 역량이며, 벤제마가 유럽 최고 공격수 반열에 오른 핵심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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