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엔조 페르난데스는 단숨에 축구 팬들의 주목을 받은 미드필더이다. 벤피카를 거쳐 첼시로 이적한 그는 단순한 유망주가 아닌, 전술적 지능과 성실함을 겸비한 플레이메이커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플레이 이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성장 과정과 환경, 그리고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엔조라는 이름이 단지 월드컵 신화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는 그의 배경과 꾸준한 성장을 통해 더 잘 드러난다.
아버지와의 특별한 유대감
엔조의 축구 인생은 아버지 라울의 헌신적인 지원에서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의 가난한 지역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며 아들의 축구 훈련을 매일같이 챙겼다. 한때는 자동차가 없어 자전거로 몇 시간씩 이동해야 했고, 훈련이 끝난 밤에는 아들과 함께 어두운 길을 걸어 귀가해야 했다. 그런 생활은 고된 것이었지만, 아버지는 결코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훈련장에서 아들이 무언가 하나라도 더 배워오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엔조는 이런 아버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어린 시절부터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다. 이와 같은 가족 중심의 성장기는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엔조는 인터뷰에서 축구보다 아버지를 더 존경한다고 말한 적이 있을 만큼, 그의 플레이에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녹아 있다.
조용한 성격 속의 승부욕
엔조 페르난데스를 처음 만난 감독들은 그를 조용하고 얌전한 선수로 기억한다. 그는 인터뷰나 외부 활동에서 유난히 말수가 적고 차분한 편이다. 하지만 훈련장과 경기장에서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상대팀 선수들이 거칠게 나올 경우, 전혀 위축되지 않고 정면 승부를 택하는 성향은 그의 또 다른 면이다. 이는 어릴 때부터 거친 환경 속에서 축구를 배웠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때는 연령별 대표팀에서 기술은 뛰어나지만 몸싸움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체력 훈련에 매진하며 단기간에 피지컬을 끌어올렸다. 지금은 몸싸움과 태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엔조의 승부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90분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의 맥을 짚어내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은 특히 전술적인 역할을 맡는 미드필더에게 큰 무기이다.
첼시 이적 후의 성장 방향
첼시 이적 당시 많은 이들이 그를 '고평가된 선수'라며 비판하기도 했지만, 엔조는 이를 실력으로 잠재우기 시작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빠른 템포와 피지컬 싸움은 라리가나 포르투갈 리그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빠르게 적응하며 경기 조율자 역할을 맡았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를 자유롭게 오가며 팀의 균형을 맞춰가는 플레이는 그의 전술적 이해도를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엔조는 아직 만 20대 초반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그는 매 경기 상대 전술을 분석하고, 자신의 위치와 패턴을 복기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선수로서의 자기 객관화 능력을 나타낸다. 첼시는 그를 단순한 스타가 아닌 팀의 중심축으로 키우고 있고, 이런 과정 속에서 엔조는 꾸준히 자신만의 색을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