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베라티는 화려한 플레이나 많은 득점으로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지만, 팀 전술의 핵심을 구성하는 미드필더로서 오랜 시간 유럽 축구 무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구역 중 하나인 중원에서, 그는 공간을 창조하고, 리듬을 조율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플레이를 통해 전술적으로 뛰어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글은 전술에 관심이 많은 팬들이 마르코 베라티의 경기 스타일을 분석하면서, 축구 전술의 실전적 요소를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포지셔닝과 빌드업 조율 능력
마르코 베라티의 경기 스타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그가 경기를 읽는 방식이다. 공을 받기 전부터 공간을 인식하고, 어떤 방향으로 경기를 이끌어야 할지를 끊임없이 계산한다. 그는 단순히 공을 받고 돌려주는 선수가 아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 또는 하프스페이스와 터치라인 사이에서 미묘한 위치를 선점하며 빌드업의 리듬을 만든다. 공격이 시작될 때, 베라티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위치로 내려와 공을 받아주며 상대의 전방 압박을 유연하게 해체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주변 동료들의 위치와 상대 수비수의 움직임을 동시에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방향으로 패스를 시도한다.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다음 두세 수를 미리 내다보고 경기를 설계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베라티는 볼을 받을 때마다 방향을 전환하는 첫 터치가 뛰어나며, 이를 통해 상대의 압박 타이밍을 무너뜨린다. 이는 펩 과르디올라가 말하는 '리시빙 포지션의 중요성'을 그대로 실현하는 예로 볼 수 있다. 그는 공을 받을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공을 받고 난 뒤에도 다음 위치로 빠르게 이동해 또 다른 연결을 만든다. 그의 포지셔닝은 단순히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다. 팀의 공격 템포를 조절하고, 필요한 순간에는 속도를 올리며 찬스 상황을 창출한다. 전술적으로 봤을 때, 베라티는 중원에서 '교통 정리'를 하는 선수다. 볼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고, 수비와 공격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조율자'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다.
탈압박과 짧은 패스의 기술적 완성도
베라티의 탈압박 능력은 그를 세계적인 미드필더로 만들어준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그는 좁은 공간에서 압박을 받을 때 당황하지 않고, 차분한 터치와 민첩한 움직임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능하다. 드리블은 짧고 간결하며, 방향 전환은 날카롭고 빠르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압박 상황에서 팀 전체를 살리는 플레이다. 베라티는 상대가 2~3명으로 압박을 가해올 때도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짧은 터치로 공간을 만들어낸다. 좌우 측면을 활용해 빠져나가거나, 수비수를 유도한 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해 전개를 이어간다. 이처럼 베라티의 탈압박은 ‘시야, 판단력, 균형감, 기술’이 완벽하게 결합된 결과물이다. 그의 짧은 패스 또한 정밀도가 매우 높다. 단순히 가까운 동료에게 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음 동작이 가능한 위치로 공을 정확히 보낸다. 예를 들어, 공을 받은 동료가 바로 슈팅을 하거나 드리블로 전진할 수 있도록 패스 각도와 세기를 정교하게 계산한다. 베라티의 패스는 언제나 목적이 뚜렷하며, 다음 플레이를 고려한 의도가 담겨 있다. 또한 그는 패스를 하고 끝내지 않는다. 항상 패스 후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해 ‘세컨드 패스’를 받을 준비를 한다. 이같은 플레이는 단순한 볼 연결이 아니라, 중원 전체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핵심 역할이다. 베라티의 플레이를 전술적으로 해석해보면, '볼의 속도'를 높이되, '리스크'는 낮추는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매우 안정적이면서도 창의적이라 할 수 있다.
수비적 기여와 전술적 밸런스
많은 사람들은 베라티의 공격적인 재능에 주목하지만, 그는 수비에서도 매우 뛰어난 기여를 한다. 수비수들이 전진할 때 그 뒤를 커버하고, 공격이 실패했을 때 빠르게 위치로 복귀해 수비 라인을 안정시키는 등 팀 전체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경기당 평균 2~3회의 인터셉트와 수차례의 태클을 기록하며, 중원에서 상대의 패스 흐름을 차단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베라티는 상대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고, 그 경로를 선점하는 '선수 위치 기반 수비'를 실현한다. 이는 단순한 태클이나 압박이 아니라, 상대 전술을 읽고 차단하는 지능형 수비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동료의 위치에 따라 자신의 포지션을 유연하게 조정한다. 예를 들어, 풀백이 오버래핑할 경우 그 자리를 채워주거나, 공격형 미드필더가 수비에 가담하지 않을 때는 전진을 자제하고 균형을 유지한다. 이는 단순한 수비 가담이 아닌, '전술적 수비'의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술적으로 베라티는 중원에서 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고려하는 '밸런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공격 전환 시에는 빠르게 템포를 높이고, 수비 전환 시에는 속도를 늦추며 팀의 전열을 재정비한다. 이러한 전환 속도 조절 능력은 감독에게 안정감을 주며, 경기 흐름을 통제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자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