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그릴리쉬는 개성 있는 외모와 경기 스타일로 많은 축구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다. 하지만 그를 단순히 화려한 드리블러로만 인식하는 것은 그의 진짜 가치를 놓치는 것이다. 그릴리쉬는 팀 전술 안에서 정교한 움직임과 기술로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 흐름을 조율하는 핵심 자원이다. 축구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 글에서는 그릴리쉬의 경기 스타일을 기술적으로, 그리고 전술적으로 풀어서 설명하고자 한다.
드리블과 볼 컨트롤의 마스터
잭 그릴리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드리블이다. 그릴리쉬는 발에 공을 바짝 붙이며 움직이기 때문에, 마치 공이 그의 몸에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덕분에 상대 수비수는 그릴리쉬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함부로 태클을 시도하다가 반칙을 범하곤 한다. 실제로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반칙을 유도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이는 단순히 드리블을 잘해서가 아니라, 공을 다루는 기술이 정교하고 밸런스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의 드리블은 방향 전환이 빠르고, 짧은 스텝을 활용해 수비수를 헷갈리게 만든다. 특히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수비를 무너뜨리는 장면은 자주 연출된다. 단순한 개인기처럼 보이지만, 이는 팀 전술상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드리블로 수비를 끌어낸 후, 그가 만든 공간을 다른 공격수들이 활용하면서 기회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그릴리쉬는 공을 소유하면서도 시야가 넓어, 언제 어디서 패스를 줘야 하는지를 정확히 판단한다. 즉, 자신이 드리블로 돌파하는 동시에 주변 선수들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플레이는 단순히 개인기가 아니라, 경기 흐름 전체를 보는 감각에서 나오는 결과다. 그래서 그릴리쉬의 드리블은 화려하지만 동시에 실용적이며, 전술적인 가치가 높은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패스 타이밍과 공간 창출 능력
그릴리쉬는 단지 드리블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는 공격 전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선수다. 특히 수비를 끌어당긴 후 빠르게 패스를 연결함으로써, 상대 진영의 공간을 열어주는 데 능하다. 이처럼 그는 ‘공격의 출발점’이자 ‘중계자’로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맨시티의 왼쪽 측면에서 시작해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는 움직임을 자주 보여준다. 이 움직임은 상대 수비를 압박하게 만들고, 반대쪽 윙어나 미드필더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공을 소유한 상태에서 너무 오래 끄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의도적인 플레이다. 수비가 자신에게 집중되었을 때, 바로 패스를 연결해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릴리쉬는 짧은 패스, 원터치 패스, 컷백 패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에 기여한다. 그는 특히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는 능력이 뛰어난데, 이는 상대 수비라인을 붕괴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그의 패스는 항상 의도를 가지고 있어, 단순한 연결이 아닌 ‘공격을 위한 조율’이라고 볼 수 있다. 2024 시즌 기준으로 그는 맨시티 내에서 찬스 메이킹 수치가 높은 편이며, 전방 패스 성공률 또한 준수하다. 이는 그가 단순히 개인기를 보여주는 선수에서 그치지 않고, 팀 전술 안에서 기능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그릴리쉬가 공을 오래 가져가지만 결국 좋은 기회를 만든다”는 사실만 이해해도 그의 진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수비 가담과 전술 이해도
잭 그릴리쉬의 또 다른 강점은 수비 가담이다. 많은 팬들이 그릴리쉬를 공격에만 치중하는 선수로 오해하곤 하지만, 실제로 그는 수비 상황에서도 매우 성실한 움직임을 보인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은 선수 개개인의 수비 참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그릴리쉬는 이에 충실히 응답하는 선수 중 하나다. 그는 경기 중 상대 윙어 혹은 풀백의 오버래핑을 따라가며, 수비진의 숫자 균형을 맞춰준다. 수비 시에는 빠르게 복귀해 자기 진영을 지키고, 압박의 1차 저지선 역할도 수행한다. 이는 감독의 신뢰를 받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단순히 ‘공격만 잘하는 선수’였다면, 현재와 같은 중용을 받기 어렵다. 전술 이해도 역시 뛰어나다. 펩 감독은 경기 중 선수들에게 다양한 움직임과 역할을 요구하는데, 그릴리쉬는 이러한 전술 변화를 빠르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선수다. 그가 한 경기 안에서 위치를 바꾸거나, 공간을 메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단지 운동 능력이 아니라, 상황 판단과 전술 이해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릴리쉬는 화려함 뒤에 실용성과 희생 정신을 갖춘 선수다. 팀 전체의 흐름과 역할 분담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은 축구를 오래 본 사람뿐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도 인상 깊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점이 그릴리쉬를 단순한 ‘쇼맨’이 아닌 ‘팀플레이어’로 자리 잡게 만든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