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바조는 단순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니라, ‘10번’이라는 상징적 번호에 철학과 감성을 입힌 전설적인 플레이메이커였다. 기술, 창의성, 경기 운영 능력을 겸비한 그의 플레이는 오늘날에도 유망주들이 배워야 할 축구의 정수다. 이 글에서는 클래식 10번의 역할과 바조의 전술적 가치, 현대 축구에서의 계승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천재성과 냉철함을 겸비한 완성형 10번, 로베르토 바조
로베르토 바조는 1980~90년대 세리에A와 이탈리아 대표팀을 상징하는 플레이메이커였다. 그가 착용한 등번호 10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경기를 설계하고, 창조하며, 결정하는 존재’로서의 상징이었다. 바조는 이 역할을 누구보다 예술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소화한 선수였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창의적 시야와 판단력이었다. 바조는 단순히 패스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경기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녔다. 전방 압박을 피하는 드리블, 측면으로 흘러주는 패스, 수비 사이로 찔러주는 침투 패스 등 플레이 하나하나에 의도가 있었다. 바조는 속도가 빠르거나 체격이 압도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공을 다루는 ‘감각’과 움직임을 읽는 ‘지능’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그는 항상 공보다 0.5초 빠르게 생각하고 움직였다. 이 작은 차이가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요소였다. 유망주들이 바조에게서 배워야 할 첫 번째 포인트가 바로 ‘생각의 속도’다. 또한 바조는 공을 받기 전의 움직임에서도 정교함을 보였다. 상대 수비 뒷공간을 가볍게 스치며 빠져나가거나,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 사이의 틈을 정확히 찾아들어갔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위치 선정이 아닌, 상대 수비 구조를 이해하고 그 틈을 공략하는 전술적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바조의 플레이메이킹, 팀 전술을 설계하는 시선
바조는 단순히 득점이나 어시스트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선수였다. 그는 경기의 흐름을 설계하고, 볼의 흐름을 조율하는 지휘자였다. 그가 공을 소유한 순간부터 팀의 공격 구조는 전환되었고, 바조를 중심으로 새로운 패턴이 만들어졌다. 그의 패스는 항상 단순함과 정교함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었다. 짧은 패스로 공격 흐름을 이어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단 한 번의 찌르기로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는 창의성을 보여줬다. 이는 바조의 축구 지능이 단순한 ‘기술’보다 ‘판단’에 기반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또한 그는 경기의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선수였다. 공격 속도를 늦춰서 수비가 무너지기를 기다리거나, 반대로 순간적으로 템포를 높여 역습을 전개하는 등, 바조는 ‘언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 것인가’를 결정하는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는 오늘날 플레이메이커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덕목이다. 바조의 플레이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는 수비수의 움직임을 이용한 플레이였다. 그는 수비수가 예측하는 방향을 이용해 역동작을 주거나, 미리 빈 공간에 패스를 찔러 넣어 동료의 움직임을 유도했다. 이런 방식은 단지 ‘기술 좋은 선수’가 아닌, 전술을 이해하고 통제할 줄 아는 선수에게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유망주들이 이러한 점을 이해한다면, 단순히 ‘공 잘 차는 10번’이 아닌, 팀 전술을 설계하는 중심축으로 성장할 수 있다. 바조는 바로 그 중심을 만들어낸 선수였다.
현대 축구에서 바조 스타일을 계승한 플레이메이커들
현대 축구는 포메이션의 변화와 함께 전통적인 10번의 역할이 점점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바조 스타일의 플레이는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케빈 더 브라위너, 파블로 디발라, 파케타, 마르코 로카 같은 선수들이 바조의 전술적 감각을 현대화시킨 예다. 이들은 단순히 기술로만 상대를 제압하지 않는다. 공간을 읽고, 패스 방향을 설계하고, 팀 공격의 리듬을 조절하는 바조식 플레이메이킹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더 브라위너는 수비 라인 사이에서 움직이며 바조처럼 ‘미리 다음 동작을 설계하는’ 능력을 자주 보여준다. 또한 바조의 가장 상징적인 특징인 멘탈리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94년 월드컵 결승에서의 페널티킥 실축 이후에도 무너지지 않았고, 이후 클럽과 대표팀에서 계속해서 영향력을 유지했다. 유망주들에게 바조는 단지 잘하는 선수가 아닌, 실패 이후에도 자신의 역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되어야 한다. 바조는 ‘10번’이라는 번호에 담긴 의미를 스스로 증명해낸 선수다. 공을 잘 다루는 재능, 전술적 시야, 경기를 읽는 능력, 그리고 인간적인 리더십까지 모두 갖춘 완성형 플레이메이커였다. 지금도 수많은 유망주들이 ‘클래식 10번’을 꿈꾼다면, 그 시작점은 반드시 로베르토 바조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