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GOAT(Greatest of All Time)’라는 수식어는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에게 붙는 찬사다. 오랫동안 펠레와 마라도나는 그 상징이었지만, 리오넬 메시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GOAT 논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 글에서는 세 명의 전설적인 선수, 펠레, 마라도나, 메시가 어떤 커리어를 쌓아왔는지, 각각의 시대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정리하며, GOAT에 가까운 인물이 누구인지 냉정하게 비교해본다.
펠레: 월드컵 3회 우승의 살아있는 전설
펠레는 브라질 축구의 상징이자, 세계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클래스’라는 개념을 정의한 선수다. 1958년, 불과 17세의 나이에 월드컵에서 데뷔해 6골을 넣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고, 브라질을 첫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1962년, 1970년에도 브라질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며 총 월드컵 3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펠레는 국가대표팀에서만 77골을 기록했으며, A매치 92경기에서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였다. 클럽 커리어는 산투스 FC에서 대부분을 보냈으며, 1,000골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 중에는 비공식 경기도 포함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시대를 고려하면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그가 활약한 1950~70년대는 지금보다 전술적으로 단순하고, 선수 보호 장치가 미흡했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레는 양발잡이로서의 완성도, 헤더, 슈팅, 돌파 등 모든 기술을 완벽히 구사한 ‘완성형 스트라이커’였다. 또한 그는 축구를 대중문화로 승격시킨 세계적인 아이콘이기도 했다. 단점이라면, 유럽 무대에서의 커리어가 없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남미 축구가 유럽과 동등한 수준이었지만, 현대적 시선에서는 약간의 비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월드컵 3회 우승이라는 압도적인 국가대표 커리어는 여전히 펠레를 GOAT로 꼽기에 충분한 이유로 남아 있다.
마라도나: 한 사람의 역사가 된 1986년
디에고 마라도나는 축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캐릭터 중 하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은 ‘마라도나의 월드컵’이라 불릴 정도로 그의 퍼포먼스가 절정에 달했던 순간이었다. 그는 대회 전체에서 5골 5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었고, 8강전 잉글랜드전에서는 ‘신의 손’과 ‘세기의 골’을 동시에 기록하며 전설로 남았다. 마라도나는 체격이 작고 둔탁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놀라운 중심 잡기와 드리블 능력을 지닌 선수였다. 공을 몸에 붙인 채 달리는 듯한 드리블은 상대 수비를 무력화시켰고, 동료를 살리는 패싱 센스도 뛰어났다. 그는 플레이메이커이자 득점원, 그리고 팀의 정신적 리더였다. 클럽 커리어에서는 나폴리에서 전설을 썼다. 나폴리를 세리에 A 우승으로 이끈 유일한 선수로 평가받으며, 이탈리아 남부의 축구 문화를 바꾼 존재로 기억된다. 바르셀로나, 세비야 등에서도 활약했지만, 나폴리에서의 상징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그의 커리어는 약물, 논란, 기복 등 어두운 면도 많았다. 1990년 월드컵에서도 결승까지 팀을 이끌었지만 우승에는 실패했고, 1994년에는 도핑 적발로 월드컵에서 퇴장당했다. 천재성과 동시에 불안정한 커리어 관리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마라도나는 한 개인이 얼마나 축구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순수한 천재였다는 점에서 여전히 GOAT 후보로 손꼽힌다.
메시: 모든 것을 이룬 ‘완성형 플레이메이커’
리오넬 메시는 축구 역사상 가장 꾸준하고, 가장 많은 기록을 세운 선수로 꼽힌다. FC 바르셀로나에서 17시즌 동안 리그 우승 10회, 챔피언스리그 4회, 발롱도르 8회 등 개인과 팀 커리어를 동시에 쌓아올렸다. 하지만 그에게 마지막 퍼즐처럼 남아 있었던 것은 바로 ‘국가대표 커리어’였다. 여러 차례 결승에서 좌절을 맛보았던 그는 2021년 코파 아메리카 우승으로 비로소 대표팀에서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이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7경기 7골 3도움, 대회 MVP를 수상하며 아르헨티나를 36년 만의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결승전 프랑스와의 명승부, 그리고 연장 혈투 끝 승부차기 우승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서사였다. 메시는 골과 도움, 드리블, 패스, 전술 이해도, 경기 운영 능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그의 플레이는 단순한 재능이 아닌 끊임없는 노력과 진화의 결과물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짜 9번’,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고,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도 리더로서의 성숙함을 보여주며 비판과 부담을 이겨냈다. 그는 클럽과 대표팀 모두에서 ‘완성형 커리어’를 갖춘 몇 안 되는 선수로 평가된다. 펠레와 마라도나는 시대적 한계와 상징성이 있었던 반면, 메시는 현대 축구의 최고 경쟁 환경 속에서 모든 것을 성취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평가가 다르다. GOAT 논쟁의 최종 종결자로 메시는 충분한 자격을 지닌 인물이다.